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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보호 않고 아이를 강하게 키우는 방법

도쿄운영자 0 9659
[강북삼성병원] '헬리콥터 맘'이라는 말이 있다. 성인이 된 자녀 주위를 맴돌며 입시와 성적, 취업과 결혼 등의 중대사를 결정하려 드는 학부모를 헬리콥터의 움직임에 빗대어 부르는 말이라고 하는데 요즘 같은 입시철에는 더욱 그 활약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다 큰 자녀를 두고 간섭이 지나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극심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자녀를 걱정하는 그 마음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꽃나무도 물과 양분이 지나치면 뿌리가 썩어 성장을 멈추듯이 부모의 관심과 보살핌도 도가 넘으면 자녀의 정서적 성장을 방해한다. 주변에서 그러면 안 된다고들 하는데 안쓰럽고 불안한 마음에 이번만, 이번만 하게 되는 부모님을 위해 과잉 보호란 무엇이며, 왜 하게 되는 것인지, 어떻게 하면 아이를 독립적으로 강하게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 과잉 보호'란 말 그대로 부모가 아이를 지나치게 보호하고 필요 이상 도와주며, 아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제공하는 부모의 태도를 일컫는다. 그 결과 아이들은 타협과 절제를 모르는 독불장군, 떼쟁이가 되거나 소심하고 유약한 응석받이가 된다. 겉으로는 나무랄 데 없는 모범생이지만 속으론 쉴 새 없이 남 눈치를 보는 눈치꾸러기가 되기도 한다. 부모는 '기 죽이지 않고' 키우느라 무리를 해서라도 좋은 환경과 조건을 제공했는데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과잉 보호하는 부모의 마음 속에 숨겨진 불안을 들여다 보면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과 잉 보호를 하는 부모는 얼핏 봐서는 자녀가 원하는 대로 다 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잘 보면 자녀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주고 있다기 보다 부모 자신이 주고 싶은 것을 주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자신도 모르는 불안이나 욕구에 압도되어 자녀가 진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살펴볼 겨를이 없어서이다.
이렇게 마음이 조급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자녀의 삶을 자신의 삶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아이의 성공이 내 성공으로, 아이의 실패가 내 실패로 이어지므로 아이를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보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둘째, 자신이 좋은 부모, 완벽한 부모가 아니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아이도 독립된 한 사람이기 때문에 살다 보면 희로애락을 모두 경험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과잉 보호하는 부모는 '좋은 조건만 주어진다면 내 아이는 항상 행복할 것이다'라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아이가 어쩌다 시무룩한 표정이라도 지으면 '내가 뭘 잘못해서 저러지?' '저런 모습을 보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라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래서 아이 마음을 찬찬히 살피기 보다는 기분을 풀어주기에 바쁘다. 반대로 아이 표정이 밝고 '좋아 보이면' 금방 안심해서 진짜 문제를 탐색할 기회를 놓치고 만다.
게다가 이런 부모는 스스로 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자녀에 대한 기대도 높기 때문에 아이가 하는 일은 죄다 어설퍼 보인다. 아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을 느끼므로 아이가 해내길 기다리지 못하고 무엇이든 '대신' 해 주는 부모가 된다. 부모는 이 모든 행동이 자녀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아이의 행동뿐 아니라 감정까지도 자기 기준에 맞춰 통제하고자 하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이와 같이 높은 기대와 통제 아래에서 자란 아이는 스스로를 잘 믿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혼자 결정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 무엇을 하든 주위의 승인이나 인정을 받아야 하고, 그렇지 못했을 때는 쉽게 기가 꺾이고 만다. 자기에 대한 기대는 높은데 비해 스스로 성취해낸 경험이 부족하므로 일을 시작하기가 힘들고, 어렵게 시작한 일도 동기와 근성이 부족하여 중도에 쉽게 포기한다. 사소한 것부터 중요한 것까지 대신 선택하고 결정해 준 부모 덕분에 아이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아이는 꿈과 열정을 모른 채 타인의 인정이 없이도 나는 '나 이대로' 사랑 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자기 가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진다. 더불어서 무슨 일이든 주어지면 잘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부족한 사람이 된다. 결과적으로 우리 아이는 부모의 바람과는 정 반대로 기 죽은 아이, 자존감이 낮은 아이로 자라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의 기를 살리고 자존감 높은 아이로 키워 인생에서 만날 수많은 시련에 당당히 맞설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흔히들 아이를 강하게 키운다고 하면 '해병대 캠프'와 같은 극기 훈련을 이야기하는데, 잊지 말자. 그 역시 아이를 내 마음대로 통제하고 싶은 욕구에서 나온다는 것을. 대신 이렇게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아이에게 베이스 캠프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등반을 떠나는 자녀가 언제라도 돌아와 쉴 수 있도록 부모가 베이스 캠프가 되어 주는 것이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아이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 보자. 눈을 맞추고 다정하게 웃어주자. 그러면 절로 사랑스러운 마음이 들면서 와락 아이를 안아주게 될 것이다. 아이가 웃지 않고 시무룩해 있다 해도 미리 걱정하지 말자. 그 어떤 선입견도, 의도도 담지 말고 차분하게 물어보자. "기분이 안 좋아 보여. 무슨 일이 있니?"
아이는 부모가 다정한 표정으로 안아줄 때, 눈을 맞추며 웃어줄 때, 자신의 이야기에 담담히 귀 기울여 줄 때, 자기 감정을 있는 그대로 공감해 줄 때 이렇게 느낀다. '나는 세상에서 환영 받는 존재구나, 세상은 탐험할 만한 흥미로운 곳이구나' 라고. 이 지점에서 아이는 실패를 두려워 않는 힘이 생긴다. 언제든 돌아갈 베이스 캠프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안전 기지가 마련되었다. 그 다음은 아이에게 모험을 허락할 차례다. 안쓰럽고 걱정되더라도 부모가 먼저 용기를 내야 한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기회를 미리 차단하지 말자. 고통을 피하는 법을 알려주는 대신에 고통에 대처하는 법을 몸소 보여주자. 사소한 일부터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도록 하자. 그 결과 아이가 실패하고 좌절할 수도 있다. 아이가 힘들어하면 부모도 힘들다. 하지만 스스로 마음을 달랠 때까지 기다려주자. 그 과정에서 아이는 여러 가지를 배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 남과 나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배운다. 단순하게 남에게 잘 보이는 방법이 아니라 진정한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운다. 아이는 실패와 좌절에 대처하면서 자신감이 붙는다. 이렇게 얻은 자신감으로 아이는 새로운 일에 또다시 도전할 수 있게 된다.
아이가 첫 발을 떼었을 순간을 기억하는가? 넘어질까 꽉 잡았던 손을 슬며시 놓아주며 혼자 한 걸음 내딛기를 기다렸던 그 순간, 그러다 아이가 넘어졌을 때 했던 그 말을 기억해 보자. "옳지, 잘 한다. 또 해보자." 지금도 그렇다. 그렇게만 해도 충분하다.

칼럼니스트 : 임상조교수 송정민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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