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기다림, 불안 이겨내야 방목 성공
[아무튼, 주말] 사교육 없이 두 딸 멋지게 키운 대치동 아빠… "교육은 기다림, 불안 이겨내야 방목 성공"
조선일보
· 박돈규 기자
| 수정 2018.12.29 11:47
'공부해라' 안해도 잘 자랄 수 있을까
가수에서 美변호사로 변신… 이소은 아빠의
교육 성공기
‘우리가 세상에 나올 때 신(神)은 거울 하나를 던져 산산조각 낸다. 우리는 살면서 깨져 흩어진 거울 조각을 모으고 삶이 끝날 때 비로소 완성된 거울에 자신을 비추어 본다’는 말이 있다. 딸 이소은(오른쪽)씨는 그 이야기로 ‘거울’이라는 노래를 지었다. 아버지 이규천(왼쪽)씨는 “아이들은 최고의 밥벌이를 얻으려고 태어난 게 아니라 행복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라며 “가정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면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허름한 아파트 벽면에 '銀馬(은마)'라고 적혀 있었다. 최우등생이 모인다는 서울 대치동 학원가가 지척이다. 평일 오후 3시에 카페는 만석이었다. 대화 주제는 대체로 둘 중 하나라고 한다. 아파트 시세 아니면 요즘 뜨는 학원. 집값과 학벌을 향한 욕망이 시끌벅적하게 귀를 찔렀다.
약속 장소에 먼저 나온 이규천(65)씨는 눈썹이 희끄무레했다. 그는 평범한 은퇴자와는 적어도 세 가지가 다른 아빠였다. 대치동에 살았지만 자녀에게 "공부하라"고 한 적이 없다. 성적이 나빠도 야단친 적이 없다. 사교육 시장에 돈을 쓴 적이 없다. 두 딸은 이런 '3무(無)' 속에서도 훌륭하게 자랐다. 큰딸은 미국 줄리아드 음대를 8년간 전액 장학생으로 졸업한 피아니스트 이소연(신시내티음대 교수), 작은딸은 김동률과 '기적' '욕심쟁이'를 부르며 가수로 활동하다 로스쿨 마치고 변호사가 된 이소은(국제중재법원 뉴욕지부 부의장)이다.
"제 교육 철학은 방목입니다. 아이들에게 '뭘 해라, 뭐는 하지 마라' 소리를 안 했어요. 인생은 어차피 자기가 책임져야 합니다. 집에 돈은 없어도 정신적으론 핍박하지 않고 곱게 키웠어요. 욕을 안 먹어 아이들 맷집이 약하지 않을까 걱정을 좀 했지요."
어느 집이든 자녀 교육은 난제다. '아빠의 무관심은 아이를 잘 키우는 3대 요소 중 하나'라는 둥 아빠는 걸림돌 취급을 받는다. 그런데 '이소은 아빠'는 확신에 차 있었다. '나는 천천히